"원전이 답" 韓電 경영개선안 제시한 대학생들

입력 2021-06-23 18:57   수정 2021-06-24 15:05


“전기요금 인상은 정치적 고려 때문에 힘들 듯하고, 친환경 발전 사업은 현재로선 수익 대비 비용이 많이 들고…. 현 상황에서 한국전력은 원전 수출 역량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재무제표와 사업계획을 3개월간 뜯어본 4명의 대학생이 있다. 서울여대 경제학과 17학번 동기인 심민경, 조예진, 박희우, 홍연주 씨가 주인공이다. 한국회계학회가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올해 처음 연 ‘대학생 회계 사례 경진대회’에서 이들 네 명으로 구성된 ‘경회도’(경제학도의 회계 도전) 팀은 한경 사장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한전의 수익 구조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안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23일 한경 사옥에서 만난 경회도 팀 멤버들은 오랜만의 오프라인 회동에 서로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서로 만나기가 어려웠다. 학교도 작년부터 1년 넘게 원격 수업만 했다. 3개월 가까이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매주 두세 번씩 온라인으로 모여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대상 기업 선정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한전은 사업 전반에 정책적 현안이 얽혀 있는 데다 천문학적인 빚 때문에 대안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은 기업이다. 수년간 탈원전 이슈의 한복판에 있었고 내년 개교를 앞둔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를 두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한전이 가진 빚은 140조원에 육박한다.

경회도 팀은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우리 세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막연하게 탈원전 때문에 어렵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회도 팀은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차례로 검토했다. 요금 인상의 경우 올해 원가 연계형 요금제(연료비 연동제)가 올해 도입됐으나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조예진 씨는 “요금을 원가와 연동할 수 있으면 한전의 재무안정성을 높일 수 있으나 전기요금 결정은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출 사업이 선택 가능한 대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홍연주 씨는 “석유·석탄 수입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해외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수주 등 부대사업을 강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심민경 씨는 “국민을 상대로 영업하는 공기업이 국내 사업으로 이익을 내려면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을 해야 하겠지만 속도를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학 졸업반인 경회도 팀원들은 앞으로 금융권 취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 나선 것도 복수전공 과목인 ‘관리회계’ 수업을 수강하며 그룹 스터디를 하던 중 경진대회 개최 소식을 듣고서다. 박희우 씨는 “팀원들이 모두 회계학 전공자가 아니라 기대도 안 했는데 상을 받게 돼 놀랐다”며 “앞으로도 회계에 관심을 갖고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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